고3 올라가는 유민이와 대화를 하다가 이야기가 나왔는데 성격검사, 직업적성검사에 대해서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저 검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단지 미래에 어떤 직업군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같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교양과목을 들음으로써 앞에서 말한 내용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닳게 되었다. 내가 받았던 검사는 MBTI검사인데 공식적으로 한 번 비공식적으로 한 번 받아봤다. 두 번다 같은 성향으로 나왔었다. 한 10번은 받아봐야 정확하다는 교수님 말씀이 있으셨지만 내성격을 내가 더 잘알기에 결과에 대해서는 번복이 없다.
이 직업 적성 검사를 왜 하냐고 먼저 묻는다면 나는 자신의 성격을 분석하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원래의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검사를 할 때 그 원래의 목적을 말해주고 하는가? 아니면 나온 결과에 대해서 그것의 활용정도를 알려주는가? 하는것이다. 유민이의 경우도 그냥 다른 학교도 다하는 것이고 다른 학생들도 다 하고, 수업 안해서 좋다는 방향으로만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학교에서 그 검사를 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학생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 적성을 알아봄으로써 그 학생의 성격을 이해하고 어떠한 공부전략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다. 나아가 교사는 학생의 성격을 보고 그 성격에 맞는 행동을 취할 수 있어, 학생들을 보다더 효율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고 본다. 학생들이 검사를 할 때 선생님들도 같이 검사를 해봤으면 한다. 현재 교사들이 그 검사를 받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교사도 성격을 알아 봄으로써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고, 학생들의 성격을 이해해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성격을 알필요가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더불어 살아간다. 여기서 다른 사람의 성격을 알고 자신을 앎으로써 인간관계를 원활히 유지할 수 있다. 나아가 리더쉽에서도 적용할 수가 있다. 성격의 차이는 알게 모르게 인간관계에서 해를 끼친다. 이혼의 이유로도 정당화 되는 성격차이는 성격의 차이로 틀어질대로 틀어진 것이다. 배우자의 성격을 알고, 그에 대해 행동한다면 극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결혼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 생활에서도 마찮가지이다. 나의 경우에도 이상하게 다른 사람의 첫인상을 보고 그 사람이 싫어 질 때가 있다. 이것은 그사람의 성격을 알아보지도 않고 그사람의 생김새 만으로 판단하는, 해서는 안될 행동이다. 이점은 나도 고칠려고 노력을 한다. 다른 사람의 성격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생각하면 쉬울 것 같으나 전혀 쉽지가 않다. 그사람의 성격을 파악을 할려면 그사람과 적어도 몇 번은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사람에 따라 언어의 기술이 틀리고 사교의 기질이 틀려 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런 것도 성격의 차이이다.
이렇듯이 자신의 성격을 자세하게 파악해 보고 상황에 맞게 대처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 계발에 있어 아주 유용한 방법의 하나라고 본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였다. 첫학기 영어수업을 들었다. 토플 점수가 입학 기본은 넘었으나 학교로서는 안심할 정도는 아니어서 입학하자마자 영어시험을 봐야만 했고 나는 챙피하게도 level test 에서 최하를 기록해 듣기, 말하기, 읽기를 모두 요하는 class로 배정받았다.
영작 수업중에 앞으로 공부를 세부적으로 공부를 할 사람들이니, 관심분야에 촛점을 맞춰서 논문을 하나 정하고, 그와 관련해서 어떻게 연구를 하고 싶은지 짧게 한장 내외로 영작해 오라고 숙제를 내셨다. 나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내가 영어를 잘해서도 아니고, 하고 싶은 분야에 관한 폭넓은 지식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논문을 하나 고르는 일이야 별로 어렵지 않을 터이고 이리 저리 머리 굴리면 한장짜리 숙제가 곧 완성될 수 있으리라는 안이한 확신때문에.
내 기억에 우리반엔 총 8명가량이 있었고, 5명 정도가 한국인, 중국인, 방글라데시등 아시아계열이 유독 많았다. 숙제 제출을 하고 난 며칠 뒤 writing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심각한 메일을 받았다. 나를 개인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씀 하셔서 시간약속을 정해 만나러 갔다. 건물에 가보니, 바로 앞엔 다른 한국분이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계셨다. 그분의 상담을 마치고, 다음 차례인 내가 들어갔다. 선생님께선 문을 조용히 닫으시고, 내 숙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언급하셨다. 우선 참고문헌으로 제출한 논문과 똑같은 문장을 발견해 내셨다고 하시면서, 이것은 엄격하게 plagiarism 표절 剽竊 이라고 하셨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깨닫지 못했다. 전공수업도 아니고, 지금 제출한 연구초안이 내 논문이 될 것도 아니요, 영어점수 모자라서 들어야만 하는 교양과목 수업중, 주별 숙제인데, 영작 선생님께서 조금 심하게 오바~하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 수업을 들었던 한국인 학생들은 거의 예외없이 다 나처럼 불려갔었고, 불려간 뒤에도 농담삼아, 미국에선 이것이 심각한 모양이다라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공부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 무렵, 정신없이 바빴다. 전공 부전공 교수님께서 들으야만 한다고 하신 악명높은 학부수업을 따라가느라 정말 버거웠다. 그러면서, 나는 다른 과목 강의 조교로 일주일에 20시간씩 일을 해야만했다. 말이 20시간이지 영어가 안되는 나로서는 30분 강의하기를 최소 6시간에서 8시간까지 준비해야만 했다. 시간적으로 딸리고, 실력면에서도 뒤떨어지고, 그렇다고 절대시간을 요구하는 학부과목을 빵구낼 수는 없는 법!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과목을 수강했던 역대 한국인 선배님 리스트를 뽑아서 족보를 얻어낸 것이다! 이 과목 수강뿐만 아니라, 강의 조교까지 하신 분이 계셔서 손발이 달토록 빌고 또 빌어 족보를 겨우 얻어냈다. 주별 퀴즈는 중복되거나 비슷한 문제도 많았다. 그래도, 명색이 대학원생인데, 누가봐도 뻔히 다 탄로가 나게 답을 고스란히 베낄수는 없고,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paraphrase 해서 다른 말로 바꾸었다. 단문은 복문으로, 능동태는 수동태로. 부사나 형용사 수식어 바꿔주는 일은 기본이고.
학기가 중간에 치달을 무렵, 소름끼치도록 정중한 메일을 받았다. Dear Jaejin Suh. 미국에서 나와 친한 사람들은 나의 영어 닉네임 Grace 를 알기 때문에, Hi, Grace, Hello~ Grace, How are you doind, Grace? 하고 이멜이 시작된다. 하지만, 행정상 잘못된 일이 있거나,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 때 모든 편지는 Dear Jaejin Suh 로 소름끼치게 시작되곤 한다.
내가 머물고 있는 Nutritional Science 과 대학원 Dean이자, 이 과목을 맡으신 교수님께서 보내신 멜이다. 사연은 적지 않으셨고, 언제 시간이 되니 교수님 방으로 직접 찾아오라고 하셨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노심초사하며 뒤척이다 한숨을 못자고 약속한 시간에 교수님 방문을 두드렸다. 첫학기때 영작 선생님께서 날 부르셨던 그날과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며, 교수님은 방문을 잠그시고 심각하게 말을 건네셨다.
내가 듣고 있는 학부과목 담당 미국인 조교가 말하기를 Grace 가 cheating 을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했다. 유독 Grace 답안이 조교가 가지고 있는 답안과 유사하고, 작년에 이 조교가 이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작년 시험지와 답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과도 비슷한 것 같다고 투철한 신고정신을 자랑하며 선생님께 밀고를 했다는 것이다. 중간고사도 아니요, 더우기 기말고사도 아닌! 일주일에 한번씩 주는 weekly quiz, 겨우 10점짜리를 가지고 너무 오바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더더군다나 문제가 되었던 것은 10점 중에 0.5 점짜리 1번 문제에 속한 c 번이었다.
내가 학부과목을 듣고 있긴 하다만, 나도 다른 과목 조교하는데, 저 미국인 조교 아이는 나한테 무슨 억화심정이 있어서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났단 말인가? 내가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어서, 나 더 이상 잃을 점수도 없는데! 아무리 족보가 있어도 현재 스코아 (score) 로는 대학원생이 민망하게 학부과목 수강하면서 바닥을 탑! (top) 으로 달리고 있는데 저 아인 필시 나의 미모를 시기하고 이런 음모를 꾸몄을지도 모른다는 기괴망칙한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난 과 대학원장님 앞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쏟아냈고, 외국인으로써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서 선배들로부터 족보 Source 를 갖게 되었다는 진술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교수님은 내가 source 를 가지고 있는 그 자체가 cheating 이므로, 이 일을 전공교수님과 대학원에 동시에 알릴 것이며, 곧 관련 교수님이 모여 이 문제를 두고 committee meeting 을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교수님 방을 나오는데 하늘이 노랬다. 참, 오랫동안 벼텨왔다고 스스로 자족하고 있었는데, 드뎌 올 것이 왔구나. 내가 짐을 싸들고 좇겨나기 전에 미리 한국으로 가야할 상황이 드뎌 벌어졌구나 하면서 곧 바로 지도교수님방으로 갔다. 교수님께 상황을 말씀드리니, "I know your English~" 하시면서, 내 짧은 영어 때문에 다른 말로 바꿔서 퀴즈 답안을 작성한 것이 마치 답안을 그대로 복사한 것 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위로해 주셨다. 이문제는 더 커지지 않고, 더 잃을 것도 없는 그 과목 총 점수에서 10짜리 그 주 퀴즈는 내 것만 0점 처리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학기 실험은 한가닥 마무리 되고, 논문을 쓰는 일만 남았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논문 하나 읽고, 한줄을 쓸까 말까 고민만 줄기차게 하다가, 머리 식힌다고 수영가고, 갔다와서 피곤해서 오피스에서 의자 4개붙여놓고 시체처럼 쓰러져 자기를 반복하다가 몇줄 써서 교수님께 갖다드리면 바로 이메일로 호출하신다. 달려가서 밑줄을 일일히 그으시며 check 하신 부분을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원.
"Are you thinking? 너 생각이 있는 애냐?"
"What do you mean? 뭔 소리냐?"
그 보다도 더 심각한 버젼은
"Where did you copy it? 어디서 베꼈어? "
"Where is your reference? (내가 보니 니 의견이나 생각이 아닌데) 참고 문헌 표시 왜 안했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남의 것을 내것처럼 표현하고자 했으나, 교수님 눈에는 영락없이 티가 났던 모양이다. 나중에 논문을 다 마치고 어쩜 그렇게 귀신처럼 잘 잡아내셨냐고 여쭤보았더니, 허술한 영어 문장이 갑자기 눈에 띄일 정도로 휘황찬란해 지면 바로 의구심을 품으셨다고 하셨다. 평생을 이 일만 해오신 분이시니.
이 보다 더 놀라운 일은 교수님께서 이미 다 검증이 된 논문의 화학구조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셨다. 나는 도저히 찾을 길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논문을 자기 논문에 인용하기까지 했는데, 나같은 석사 나부랭이가 아는 것이 뭐가 있다고, 이 도표에 제시된 화학구조가 틀렸다는 것을 밝혀내나! 거의 열흘이 넘는 시간을 이 하나에만 매달렸다. 결과는? 우리 교수님 말씀이 맞았다. OH 알콜기가 위쪽으로 올라가 표기되어야 했는데, 실수로 아래로 표기되어 있었고, 다른 사람눈에 잘 띄이지 않는 작은 부분이었기에 간과하고 넘어갔었던 것을 copy 한 것을 찾으시느라 돋보기 까지 동원하셨던 지도교수님께선 찾아내실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학위 마치는 일과 논문 쓰는 일이 남들보다 두배로 더디가자, 한국에서 방문과학자로 visiting scientist 로 온 동생이 하루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누나, 누나는 논문을 왜 이리 더디 쓰우?" 속으로는 그래, 너 잘났다 하고 되받아 쳐주고 싶었지만, "한국에서 논문 쓸때 넌 쉽더냐?" 생각은 한국말이고, 쓰기는 영어로 해야 되서 말이지. 괴리감이 생각보다 크네!" 하고 답했더니, 동생이 다시 말했다.
"뭐가 문제야, copy and paste, copy and paste. 복사하고, 붙여놓구, 복사하고 붙여놓고."
"야, 그거, 걸리면 학계에서 빨간줄 전과자가 되는 거야. 불명예를 안고 학계 퇴출, 제명 당한다구!"
"무슨 소리! 나, 그 석사 논문 내자마자 교수님이 승인해 주시고, 바로 논문 대회 제출해서 최우수 논문상 먹었어!"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우리 나라 학계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인정하고 묵인되는 현실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누가 먼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지만, 누구 하나는 반드시 선두에 서서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평생 미운 털이 박히더라도, 틀린 것은 틀렸다고 지적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그런 잘못이 덜 일어난다는 말일 것이다.
작정하고 TV를 안보고, 집에 아예 TV조차 설치를 하지 않은 나이지만, 오늘은 일부러 인터넷으로 PD 수첩을 보았다. 아직, 결과가 어찌나오게 될런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논문 중 사진이든, 데이터는 습관적으로 우리가 해왔던 Copy & Paste 가 직간접적으로 스며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날 충격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까지껏, 0.5점 짜리 문제를 가지고 왜 들 이리 난리야? 주마다 내는 숙제에서 조금 비스꾸무레하게 배꼈길 왜 들 이렇게 호들갑을 떠느냐고? 하던 바늘 도둑이 어느새 소도둑으로 둔갑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교가 세계적으로 망신살을 뻗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하기에 이르렀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나 역시도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과학계에서 더 공부해서 학계에 남기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통탄함을 금할 수 없다. 우선은 남이 지켜보든 안 지켜보든,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양심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지금, 그 양심이 몹시 그립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프랑스에서 세계언어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학자들은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 회의에서 한국어를 세계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KBS1, 96.10.9)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글의 우수성을 정작 우리 자신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1986년 5월, 서울대학 이현복 교수는 영국의 리스대학의 음성언어학과를 방문하였다. 그때 리스대학의 제프리 샘슨(Geoffrey ampson) 교수는 한글이 발음기관을 상형하여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도 독특하지만 기본글자에 획을 더하여 음성학적으로 동일계열의 글자를 쪼개 만들어 내는 방법(ㄱ-ㅋ-ㄲ)은 대단히 체계적이고 훌륭하다고 극찬하였다. 그러면서 한글을 표음문자이지만 새로운 차원의 자질문자(feature system)로 분류하였다. 1985년에 펴낸 <<문자체계 Writing System>>라는 저서에서는 한글을 특별히 독립된 장으로 다루면서, 그것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극찬한 바 있다. 한글은 그때까지 전통적인 문자 분류방식에 따라 음소(音素)문자로 분류되어 왔는데, 사실은 음소라는 알파벳 경지를 넘어 그보다 더 세분된 단위인 자질(自質)까지 지니고 있으므로 자질문자란 개념을 덧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프리 샘슨 교수가 우리의 문화를 좀 더 알기를 원해 덕수궁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덕수궁 안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 이르러 갑자기 큰절을 올리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문자를 만들어 주신 분이라고.
또 미국 시카고 대학의 매콜리 교수도 해마다 한글날이면 강의마저 휴강한채 집으로 학생들을 불러모아 파티를 연다고 한다. 한글날은 한국사람 뿐만 아니라 언어학자라면 반드시 기념해야될 경사스런 날이라면서 매년 기념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그리고 방문한 분들께 꼭 한국 전통음식을 대접한다고 한다.
언어 연구학으로는 세계 최고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언어학 대학에서 세계 모든 문자를 순위를 매겨(합리성,과학성,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진열해 놓았는데 그 1위는 자랑스럽게도 [한글]이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997년10월1일, 유네스코에서 우리나라 훈민정음을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몇년 전 어느 날, 퇴근 후의 저녁식사 겸 술자리에서 각 나라의 언어에 관한 토론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중국인 직원 눈이 번쩍거리더군요. 그러면서 먼저 자기 나라 언어와 글자에 대한 우수성에 대해 엄청 자랑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중국어의 어순은 영어와 거의 비슷해서 사실 중국 사람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영어에 금새 적응합니다. 입에 접착제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그들 특유의 사성의 억양만 제외하면 자신들의 말로 생각하는 대로 영어의 단어만 대입하면 되는 경우가 많죠. 게다가 한국인들이나 일본인들이 적응하려고 땀깨나 흘리는 유럽언어의 Z,V,F,R 등의 발음이 중국어에도 존재해서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점은 처음에는 부럽더군요. 그런 때가 되면 일본 사람들도 나섭니다.( 안나서도 되는데..... )일본 말의 아름다음과 또 일본 글자의 우수성(나중에 후회하게 되죠 )에 대해 나름대로의 지식을 피력합니다. 이미 천여년 전에, 아직 다른 아시아 나라들이 중국문자에 독식되어 자신들 고유의 문자를 가지고 있지 못할 때 (이거 한국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자신들은 카타카나와 그에 병행해서 히라가나가 창조됨으로서 독자의 문자체계를 이미 만들었다나 하면서 말입니다. 오기가 생기더군요. 아 물론 코웃음도 나오고요. 그러면서 이제까지 그리 튀지 못했던 나와 내 고향에 대해 자랑할 때도 되었다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중국인 직원들과 일본인 직원들에게 한가지 요청을 했습니다. '맥도널드 햄버거'를 자기 나라 말로 써 보라고요. 그랬더니 중국인 직원은 이렇게 쓰고 읽더군요. McDonald Hamburger 麥當勞 漢堡 (마이당로우 한뽀우) 일본인 직원은 이렇게 쓰고 읽고요. McDonald Hamburger マクドナルドハンバーガー (마꾸도나르도 함바가) 저는 이렇게 쓰고 읽었죠. McDonald Hamburger 맥도널드 햄버거 (맥도널드 햄버거) 하하하하! 그 순간 당황해서 일그러지던 그 중국인 직원과 일본인 직원들의 얼굴을 여러분들에게 보여줄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제가 느꼈던 그 통쾌함과 희열도요. 특히 일본인 직원의 얼굴은 열이 받았는지 얼굴이 시뻘게지더군요. 자기 나라 말이 아닌 단어를 가장 근접한 발음으로 적어낼수 있는 사람이 저 혼자 뿐이었으니 무리도 아닐 겁니다.
주:소리의 표현을
한글은 11,000 (일만 천)개 이상
일본어는 약 300개
중국어(한자)는 400 여개
한글은 세계 언어중 가장 많은 발음을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는 거기 있던 모든 미국인 직원들의 이름을 읽게 하고 각기 자기 나라(한중일) 글로 쓰기를 했는데 중국과 일본 직원들은 한글하고는 게임이 안된다는 걸 결국 깨닫게 되더군요. 그때부터는 저의 독무대였습니다. 한글의 초성, 중성, 종성의 구조를 나열하고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조합되고 소리값을 가지게 되는가 미국인 직원들에게 강의 아닌 강의를 시작한 지 딱 두 시간만에 거기 있는 미국인 직원들 중의 하나가 자기 이름을 한글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워서 쓰는 게 아니고 제가 써 놓은 한글의 모양과 발음 기호를 비교하면서 자기 스스로 유추해 내서 조합을 시킨거죠. 그 직원 정말 좋아하더군요. 외국어로 자신의 이름을 금방 쓸 수 있게 되어서 말입니다. 중국인 직원은 가르칠 시도조차! 못하고, 일본인 직원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미국인 직원들이 이해를 못하니까 결국 포기하게 된 후 제가 단 두 시간 만에 영어만 아는 직원에게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게 만들고 보니,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뜨겁게 올라 오는 어떤 자부심에 스스로도 어쩔줄 모르게 감격했습니다. 더더구나 아무 말도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 중국인과 일본인 직원들을 보니 그 뿌듯함이 더했고 말입니다.
최근 ‘욘사마’를 사랑하는 일본의 열성 팬들이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연말 방송계의 원로로부터 들은 이 말은 세계 언어학계를 뒤흔들만한 발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3국 방송제작자들의 모임에서 한 일본인 프로듀서가 모임의 공식언어를 한국어로 하자고 제안했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는 이런 말들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말과 프랑스어에는 음성학적으로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두 나라말에는 ‘ㄴ’구개음과 같은 음이 발달해 있다. 프랑스어의 ‘아비뇽, 다르따냥’에 있는 ‘냥, 뇽’과 같은 음이 한국어에 많이 발달해 있다. ‘상냥, 안녕, 숭늉’과 같은 말이나, ‘청룡[청뇽], 영업용[영엄뇽]’과 같은 말에 있는 음소이다. 받침이 없는 구개음 ‘냐, 녀, 뇨, 뉴, 니'와 같은 음들도 말을 부드럽게 하는 음소이다. 이 계열의 음들은 스페인어를 비롯한 일부 유럽 언어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말소리를 부드럽게 하는 구개음 계열 음소들은 외국인들이 어렵게 느끼는 발음이다. 또한 우리말의 다양한 활용어미들과 의태어 의성어, 경어법 등을 어렵게 느낀다. 외국인들이 어렵다고 하니까, 우리말을 비과학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언어는 비과학적인 말이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조음기관은 다른 어떤 기관보다 과학적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한국어는 대단히 과학적인 말일 뿐만 아니라, 언어학적으로 수준이 높은 말이다. 프랑스어는 세계적으로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있는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대단히 중요한 조건에서 우리 한국어는 프랑스어보다 우위에 있는 말이다. 프랑스어는 고유의 문자가 없다. 프랑스어를 기록하는 문자는 프랑스 고유의 문자가 아닌 로만 알파벳이다. 알파벳은 로마인이 라틴어를 표기하기 위해 완성한 문자이다. 우리 한국어는 훈민정음이라는 고유의 문자가 있는 말이다. 이렇게 우리 한국어는 음성언어와 문자언어가 완벽하게 갖춰진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와 같은 소수가 사용하는 언어는 머지않아 말살될 것이기 때문에 영어를 공용어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미래의 세계는 영어와 중국어 등 세력이 큰 언어만 남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어를 빨리 공용어로 지정해 교육을 강화하고, 한국어를 버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들의 주장 중에는 인터넷상의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이야말로 미래를 잘 내다보지 못한 결과의 하나이다.인류의 지혜의 산물인 전자통신의 발달로 인해 세계 각국의 언어를 자동 통역하는 기계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2020년경에는 통역기의 완성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생활언어의 자동통역이 이뤄지면 당연히 인터넷상에서의 세계 각국 언어도 web으로 연결해 완벽하게 호환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중의 수는 7500만이다. 어떤 이는 우리 한국어를 일컬어 “다수가 쓰는 언어의 말석, 소수가 쓰는 언어의 선두”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말과 글의 경쟁력을 연구하는 이들은 “한글과 한국어는 사용하는 언중의 수, 한글의 과학성과 경제성, 그리고 컴퓨터 등의 활용을 바탕으로 해서 영향력 면에서 중국어와 일본어 등 동양언어를 압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영어 등 로마자를 바탕으로 쓰는 언어들과도 충분한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동남아와 미주, 유럽 등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에서의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어에 대한 해외에서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때맞춰 국회는 2004년 12월 29일 본회의를 열어 국어기본법을 통과시켰다. 국어기본법의 제정으로 안으로는 한국어의 발전을 꾀하고, 밖으로는 국제적 보급과 확산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어렵게 마련된 한국어에 관한 기본법이 자연스러운 한국어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처럼 ‘한글전용이냐’, ‘국한문 혼용이냐’와 같이 국력낭비를 초래하는 논쟁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각종 이익집단이나 개인들이 국익과 무관한 한국어 관련 사업을 펼치려 하거나, 국어전문가 등의 이름으로 자리를 차지려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민이 감시해야 할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서는 음성언어가 대단히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컴퓨터가 말을 알아듣고 말을 만들어 내는 시대, 전자기기와 인간이 대화를 나누는 시대, 외국인과의 즉시 통역시대는 표준화된 음성언어의 필요성이 절실해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 정책과 교육도 이와 같은 전자기기와의 대화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한국어를 ‘정확한 발음, 알맞은 크기, 적절한 속도’를 갖춘 세련된 언어로 가꿔 나가도록 국어기본법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어는 프랑스말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어야 한다. 또한 각종 국제회의,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회의에서는 “한국어를 공용어로 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어정책 당국과 교육계, 언론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