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휴일 오후 어릴 때 백일장을 추억하며 SBS 후기를 적어본다.
2019년 SBS 1000K는 10월 3일 06:00 ~ 10월 6일 09:00의 75시간의 스케줄로 운영되었다(출발시간에 따라 30분+).
서울 노들섬을 출발하여 부산의 을숙도를 찍고, 다시 출발지점의 서울 노들섬으로 오는 1000km의 코스이다.
고도표는 다음과 같다.
서울-부산 코스의 큰 업힐은 중간의 속리산과 끝부분의 가지산을 넘으며
부산-서울 코스의 큰업힐은 가지산과 중간의 이화령을 넘어오는 코스이다.
출발 전 기재 트러블 예방과 대비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출발 당일 날 태풍 미탁이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뉴스를 보고, 출발에 대한 심적 갈등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있는 SBS를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예전에 대전 600 때의 우중 라이딩을 대비했던 대로 하나씩 준비를 해본다.
10월 1일 화요일 밤에 집에서 뒷바퀴 브레이크 슈를 갈다가 도저히 센터를 못 맞춰 슈 한쪽이 바퀴에 닿는다.
더 만졌다간 이상해질 것 같아 그대로 두고 담날 아침 출근할 때 자전거를 차에 싣고 출근을 했다.
단골 샵이 수요일이 휴일이라 염치 불고하고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관련 이야기를 드렸더니 흔쾌히 가지고 오라신다.
그렇게 샵에서 앞뒤 브레이크 슈를 다 갈고, 브레이크 세팅을 다시 하였다.
출발 당일 새벽 6시에 출발할 것을 염두에 두고 전날 서울로 올라와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 서울 한강 자전거 길을 따라 출발지인 노들섬으로 갔다.
먼저 오신 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텐션이 오른다.
브레베 카드를 받고, 자전거 검차 후 곧바로 출발 준비를 한다.
비가 잦아들어 우중라이딩 대비 중 방수 바지를 벗어 새들백에 넣었다.
그렇게 CP1 여주를 향해 나아갔다.
선두 그룹을 뒷따라 열심히 페달을 저었다.
이 트레인 편하다. 비가 살짝 오고 있었지만 춥지 않을 정도였다.
앞에서 끌 실력은 아니어서 열심히 쫒아 가 본다.
하남이 가까워졌을 무렵 자도의 커브길에서 앞에 분이 낙차를 하셨다.
나는 다행이 속도를 많이 낮춰 휘말리지는 않았지만 얼마전 낙차를 했었기 때문에
잠시 멈춰 서서 괜찮으신지 묻고,
떨어진 가민과 짐들을 모으고, 자전거를 일으켜 세워 벽에 기대었다.
잠시 쉬었다 가신다는 말씀에 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그룹을 쫒아 다시 달렸다.
더 자세히 못봐드려 죄송할 따름이었다...
여주 가기 전 사진 자봉을 해주고 계신 미미네이터님, 밥아찌님 발견!
이렇게 멋진 모습을 남겨주신다. 사진 감사드립니다.
초반은 많은 랜도너들이 그룹을 지어 가기 때문에 따로 가민의 코스 파일을 열지 않았다.
가민 820을 사용하고 있는데, 몇 년 사용하였더니 배터리 상태가 메롱이다.
CP1에 도착 후 간단히 보급을 하고 쉬었다.
도착하신 분들은 거의 간단히 보급하고 바로 출발을 한다.
나는 화장실도 들리고, 살짝 여유를 부려본다.
잠시 후 6시 30분 출발의 선두 그룹이 도착을 한다.
닉네임을 아는 분들이 제이슨님, 오동도님, 스타이렌님이다.
와 빠르다! 그리고 간단히 보급을 하고 바로 출발을 한다.
빠르게 가려면, 이렇게 많이 쉬지 않는 구나라고 생각을 해본다.
비가 계속 내리는데, 가민 배터리가 벌써 40%대로 내려와 있었다.
보조배터리를 연결하고, 비에 젖지 않도록 연결 부위를 비닐로 대고, 고무줄로 조였다.
그리고 솔딩을 위해 코스 파일을 불렀다.
이내 CP2 괴산을 향해 출발을 한다.
얼마나 갔을까 여주의 파파님과 마마님께서 사진과 커피 자봉을 하고 계셨다.
잠시 선 후 사진도 같이 찍어주시고, 믹스커피 한 잔을 빨리 마셨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시 출발했다.
가는 중 가민에 뜨는 코스이탈;;;
힘들게 깔딱 고개를 다 올랐는데 ㅜㅜ
예전 대전 300 때 가민의 코스 이탈을 무시하고 달렸다가, 무주에서 30km를 알바한 적이 있기 때문에
코스 이탈이 뜨면 무조건 돌아간다.
돌아가다 보니 길 아래로 코스가 보였다.
여기가 맞나? 하고 코스를 보면서 잠깐 서서 기다리니 레인보우 부부님이 오는 게 보였다.
손짓으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맞다고 알려주어 다시 출발을 하였다.
열심히 가는 중에 다행히 비는 거의 멈추었다.
하지만 충주의 어느 호숫가를 지나는 중에 뒷바퀴 느낌이 세하다.
아니나 다를까 바람이 빠져 있는 모습!
첫 번째 펑크였다;;;
길가에서 처리하기에는 갓길이 너무 좁아 적당한 장소를 찾아 앞을 가다 보니 마을 입구에 평상이 나온다.
공구함에서 펑크를 때우는 장비들을 꺼내어 수리를 한다.
뒷바퀴 타이어가 질기기로 소문난 챌린지 크리테리움 타이어여서 타이어 주걱으로 빼는데,
아뿔싸 타이어 주걱 하나가 부러졌다;;;
예비 튜브도 하나이기 때문에 기존의 튜브를 펑크 패치하기로 결정하고, 수리를 시작한다.
세팅을 다하고, 바람을 넣을 차례, 미니 펌프로 어느 정도 넣은 후 co2를 터트렸는데,
실수로 타이어에 넣지 못한 채 날려버렸다.
할 수 없이 펌프로 열심히 펌핑을 하였지만 빵빵하게 넣지는 못하고 힘이 빠져 출발을 한다.
한 30분 손해 본 것 같았지만 아직 초반이라 괜찮을 거라 생각하였다.
CP2 괴산에 도착하여 인증 도장을 찍고, 옆의 김밥천국에서 제육덮밥을 배부르게 먹고,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머드가드와 방수 바지, 슈 커버를 택배로 보냈다.
해가 떠 선크림을 얼굴에 발랐는데, 아뿔싸 이거 갸루상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ㅡㅡ
이번에 처음 가지고 온 건데, 뭐 그만큼 타지는 않겠지;;;
심지어 물에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렇게 첫 번째 업힐인 재수리제를 향해 속리산을 올랐다.
다른 분들이 예전 브레베에서 올려주었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서서 사진을 찍어 본다.
업힐 초반을 오르는데 앞에서 워렁님, 셰셰님이 서있다.
그리고 옆에 다른 분들이 뭘 먹고 가라고 하신다.
뭐지 하고 가보니 오잉 각종 보급품에 심지어 고기를 굽고 계셨다!
와 금방 밥을 먹기는 했지만 냄새를 맡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
브레베를 할 때면 많은 캠핑장을 지나는데 고기 냄새가 그렇게 유혹을 한다.
구워주신 고기를 몇 점 집어 먹으니 역시 맛있다.
고기 자봉을 해주신 홀로석님, 바람님, 헝글베리핀님 그리고 닉네임을 모르는 한 분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재수리제와 버리미기재는 그냥 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캠핑장의 고기 냄새가 안 부러웠습니다. ^^
열심히 오르다 보니 재수리제에 올랐다.
또 사진 자봉 중이신 테리우섭님이 보인다.
다시 한번 사진 감사드립니다.
펑크 때문에 뒷바퀴 바람이 많지 않아 보여 펌프로 바람을 보충한다.
다운힐 할 때 바퀴 바람이 충분하지 않으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워렁님이 이내 올라오셨는데 바람을 넣고 있으니 도와줄까요 하는 말씀만으로 감사했습니다.
제수리재 다운힐을 마치고, 버리미기재를 향해 가는데, 길이 어디서 본 것 같더라니
8월에 더위로 DNQ 한 PT-24 속리산을 품고의 코스와 겹치는 구간이었다.
문경을 거쳐 용궁까지 와봤던 길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PT-24 탈 때 용궁에서 순대국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어 저녁 시간도 되었고 해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결정했다.
도착하니 수많은 자전거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역시 맛집을 많이들 아시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대국밥을 하나 시켜 놓았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합석을 해도 되냐고 하길래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였다.
혼자 도착하신 랜도너분이셨는데, 닉네임을 여쭙지 못했다.
그 이후로 이분과 식사를 할 때쯤에 몇 번이나 마주쳤었다. ^^;
식사를 마치고 나오신 분들 중에 간식도 나눠주셔서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갈 채비를 마치고 출발하려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같이 저녁을 먹었던 분이 물병을 두고 갔다고 한다.
자전거에 물병을 꽂을 곳이 더는 없어 새들백 위에 임시로 묶고,
단체 톡방에 CP3 예천에 가져다 드릴 테니 기다리라고 사진과 글을 올렸다.
예천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길 앞에 엠뷸런스가 보였다.
에구구 랜도너 분들이 모여 있고, 몇 분이 쓰러져 계셨다.
금방 전 식사하고 먼저 출발하신 분들이셨는데, 후에 들은 소식으로는 멧돼지와 충돌하여 사고가 났다고 했다.
사고는 정말 한 순간이다.
빨리 쾌차를 하여 일으나 시길 빕니다.
나도 6월 초에 낙차를 하여 왼쪽 손목뼈 3곳에 골절상을 입었었다.
덕분에 1200은 도전도 못 타고, 꼼짝없이 불편한 3달을 보냈었다.
지금도 핸들을 오래 잡고 있으면 손목이 붓고, 아프다.
CP3 예천에 도착하여 두리번거렸으나 같이 식사했던 분은 보이 지를 않는다.
어쩔 수 없이 CP3 예천에 두고 가니 찾아가시라고 톡방에 올렸다.
인증 도장을 찍고, 카페라떼를 2+1을 사서 3개를 원샷해버렸다.
예천 CP는 주인아주머니께서 갈 때마다 바나나 하나를 주신다.
CP 중 정말 친절한 곳이다. ^^
오늘은 어디서 자나 생각하면서 CP4 봉양을 향해 간다.
봉양에 가는 길은 정말 암흑이었다.
마을도 거의 없어 가로등이 많지 않았다.
심지어 태풍의 영향으로 도로 상태로 많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는 동안 여주에서 오셨다는 한 분을 만났다.
이래저래 스케줄을 묻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봉양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갔다.
봉양을 다갈즈음 약 내리막 길에서 페달링이 잘되는 것 같아 앞에서 살짝 끌어드렸다.
CP4 봉양에 도착하니 음료수를 사주셔서 감사히 받아먹고,
CP5 금호까지 가신다고 했다.
나는 어떻게 할지 잠깐 고민을 한다고 하고, 그분은 먼저 출발하신다.
CP4 봉양 앞에는 모텔이 몇 군대 보였다.
생각한 결과 시간이 조금 애매하고, 아직 그렇게 피곤한 것 같지는 않아서 다시 출발을 한다.
톡방에서 보았던 정보에 의하면, 봉양이나 금호 가기 전 금성, 금호 이렇게 3 군대에서 자면 좋다고 했었다.
일단 금호까지 가기로 마음을 먹고, 가는데 밤안개가 심상치 않다.
앞이 아예 보이 지를 않는다.
고글을 헬맷에 끼우고 맨눈으로 가야 했다.
그렇게 신녕을 지나 길가에 모텔이 보였다.
금호를 가기 전이었지만 시간도 좀 늦었고 해서 자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청통이라는 곳이었다.
금호에 10~15km 가기 전이었다.
첫 날 피로로 잠깐 기절해 있다가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잠시 뒤에서 레인보우 부부가 인사를 건네 인사를 하였다.
슝하고 지나간다. 빠르다!
아침에도 안개는 여전하였다. 오늘은 더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레인보우님, 삐약이님 부부가 앞에 보였다. 아침을 먹고 간다고 하였다.
앞에 CP가 있다고 알려주어 잘 찾을 수 있었다.
CP5 금호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로 하였다.
어랏 어제저녁을 같이 먹었던 그분 같은데, 아닌가 긴가 민가 했다.
그분이 라면을 고르는 내모습을 보고는 죽을 먹는 것이 속에 좋다고 말씀하셔서
고민도 없이 죽을 골라서 먹었다.
부담 없이 잘 넘어가고, 맛도 있었다.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을 먹으니 페달링이 부드러워졌다.
조금 가니 엄마나 경사도가 급한 헤어핀이 나온다.
가볍게 넘어 뒤를 보는데 경치가 너무 좋아 멈춰 서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렇게 오재를 향해 가는데, 앞에 3분의 그룹이 보였다.
뒤에서 사진을 한 장 찍어 본다.
아침을 먹은 지 오래되지 않아서 인지 오재를 가볍게(?) 넘었다.
정상에서 숨을 고르며 사진도 한 장 남긴다.
산 밑으로 깔린 안개가 장관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갈길이 머니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오재를 내려오는데 반대편에서 제이슨님, 곧이어 오동도님 또 다른 두 분이 지나쳐 간다.
따봉을 날려드렸다. 벌써 부산을 찍고 오신 것이다.
오재를 다 내려온 후 호숫가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또 멈춰 서서 사진을 찍었다~
CP6 언양을 가려면 오재를 넘고 업힐이 하나 더 있다.
가지산인데, 여기는 캠핑장과 펜션이 무척 많았다.
완만하고 긴 업힐이었다.
해가 살짝 더워 버스 정류장에서 잠깐 쉬었다.
가지산 다운힐 후 CP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 안 나온다.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려는 순간 뒤에서 레인보우 부부가 인사를 한다.
앗 핸드폰을 집어넣고 다시 쫒아 간다.
잠시 후 CP6 언양에 도착하였다.
인증을 하고 음료수와 롤케이크로 간단하게 보급을 하고 다시 출발하였다.
언양 시내를 통과할 즈음 아 또 뒷바퀴 느낌이 싸하다.
한 번 펑크가 난 후라 뒷바퀴에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아래를 보니 또 펑크가 났다 ㅠㅜ
평소에 펑크가 잘나지 않은데, 새들백을 달면 뒷바퀴 쪽에 무게가 실리나 보다.
시간을 보니 이른 점심시간이었다.
아몰랑 점심 먹고 생각하자.
앞에 중국집이 보였다.
자장면 곱빼기를 주문하고, 순식간에 먹었다.
타이어 주걱도 하나가 부러진 상태인데, 고생이 눈에 뻔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가져온 새타이어로 교체를 하자고 결정했다.
뒷 바위에서 펑크 난 타이어와 튜브를 부러진 주걱으로 해체를 하고,
새 튜브와 새타이어를 자리 세팅하고, 정상적인 타이어 주걱으로 걸려는 순간 또 부러진다.
쉽지 않다. 낑낑대며 겨우 타이어를 밀어 넣었다.
비토리아 타이어는 그나마 끼우기가 편해서 다행이었다.
끼고 있던 라텍스 장갑을 벗으니 땀이 주르륵 흐른다.
그만큼 덥고 땀을 많이 흘렸다.
점심이라도 먹었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봉크가 올 뻔했다.
그렇게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마지막 CP7 부산 을숙도를 향해 출바알!
출발 시 알려준 부산 자도의 침수로 우회하여 오라고 했던 기억으로 도로변을 따라
운 좋게 별로 헤매지 않고, CP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택배로 보내었던 드롭 백에서 보조배터리를 교환하고,
빕과 이너웨어 져지를 갈아입었다.
새 옷을 입으니 뽀송뽀송해졌다 ^^
그리고 레인재킷과 가져갔던 등산용 스마트 메리노 울 셔츠를 드롭 백에 넣었다...
다시 오는 길 자도 밑에 자전거 샵이 보여서 들렀다.
부러진 타이어 주걱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타이어 주걱이 포함된 펑키킷과 co2 두발을 구매하였다.
다시 펑크가 나면 안 되겠지만 마음만은 든든해졌다.
돌아 나오는 양산에서 지는 해가 멋져 보여 사진으로 남겨본다.
통도사 부근에서 올 때 봐 두었던 언양불고기 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혼자지만 보급은 충분히 해야겠기에 언양불고기 1인분과 된장찌개와 공깃밥을 시켰다.
밥이 나오기 전 세수도 하며 정비를 좀 하고,
밥이 나오자마자 게눈 감추듯 먹었다.
이번 랜도링 중 가장 맛있게 먹은 식사였다.
가지산을 다시 올라야 하기 때문에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CP8 언양에 다시 도착하여 인증하고 커피 2+1을 사서 하나를 먹고 두 개를 등에 꼽고 다시 출발했다.
가지산 초입 얼굴에 물방울이 떨어진다.
서얼 마 ㅜㅠ 비가 온다.
다행히 이슬비였다.
일기예보는 언제나 변하는구나 생각이 들었고, 비관련 용품은 언제나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지산을 오르는데 누적된 피로로 힘이 든다.
정상에 다와 갈 즈음 물을 먹으려고 물병을 든 순간 놓쳐서 떨어뜨렸다.
경사도가 급한 부분이라 굴러가면 대책이 없기 때문에 물병을 발로 겨우 멈춰 세웠다.
바닥을 본 순간 물이 흥건하다.
물병 중간이 깨져있었다. ㅠㅜ
갈길이 먼데 물병이 문제가 생겼으니 큰일이다.
일단 꼽고 다시 출발했다.
정상에 잠깐 서서 커피를 하나 꺼내 먹었다.
다운힐 후 오재를 다시 넘는데, 밤이라 거리감이 없었는지, 금방 넘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상에 서서 남은 커피 하나를 원샷하였다.
부지런히 페달을 저어 CP9 금호에 다시 도착하였다.
인증을 하고, 깨진 물병을 전기테이프로 임시 조치하고 간단히 보급 후 출발하였다.
두 번째 날은 첫 째 날보다 피로감이 더하기 때문에 조금 빨리 쉬기로 결정했다.
첫째 날 묵었던 청통의 모텔에서 다시 잤다.
5시간 정도 쉰 것 같다.
아침 6시에 깨어 준비를 하고, 모텔을 나선다.
다행히 안개는 없이 흐리기만 해서 라이딩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이다.
조금만 가니 신녕이 나왔고, 아침을 먹어야 했기에 두리번거리면서 가는데
터미널 앞에 소머리국밥집이 있다.
주인아주머니께 아침 식사되냐고 물었더니 된다고 한다.
든든하게 한 그릇 후딱 먹었다. 꿀맛이다.
CP10 봉양을 향해 부지런히 가는데, 어젯밤의 안개가 꼈을 때는 안보였던 마을이 참 많이 있었다.
봉양에 도착하여 인증을 하고, 500ml짜리 흑당 음료 1+1을 사서 하나는 먹고 하나는 등에 꼽고 출발하였다.
다시 문경을 지나면서 새재 자전거길을 타고 올라간다.
점촌에 다 왔을 때 점심시간이 되어서 점심을 먹어야 해서 뭘 먹을까 또 두리번거리면서 간다.
더 가면 뭐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길 옆에 있는 수타 자장면집으로 가서 곱빼기를 시키고,
화장실에서 손도 씻고, 정비를 하고, 얼마 안 있어 자장면이 나온다.
수타라 그런지 면발이 쫄깃하게 맛있었다.
중간에 강물이 깨끗하고 시원하게 뻗어 있어 사진으로 남긴다.
국토종주길이라 반대편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인다.
가볍게 하고 타시는 분부터 패킹 가방을 잔뜩 실은 외국인 분까지 다양하다.
곧이어 문경새재길의 이화령 초입이 나타난다.
큰 업힐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간다.
이화령 초입부터 케이던스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부지런히 올라간다.
경사도가 세지 않아서 부드럽게 잘 올라가진다.
다만 길어서 조금 지루했다.
반대편에서 오는 미벨 팩과 인사도 하고,
앞에 올라가는 커플을 지나려는데,
남자분이 댄싱을 치는 자세를 취하자마자 시원하게 방귀를 뀐다 ㅡ,.ㅡ
자전거를 타면 소화가 잘되어서 가스 배출이 잦지만 거 뒤에 사람이 오는 거 보고 실례를 하면 좋겠다!
이화령에 올라서 인증 부스에서 도장을 찍고, 이온음료를 사서 마셨다.
여기서도 많은 랜도너분들이 계셨다.
한 랜도너분께서 사과를 먹겠냐고 물어보셨는데, 힘들게 올라오고 난 후라 생각이 없어서 거절을 하였다;;
아 먹을걸 그랬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이 생각해보고 나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자전거 사진을 남기고, 긴 다운힐에 추울까 봐 윈드스토퍼 져지를 꺼내어 덧입었다.
긴 다운힐 후 계속 가다 보니 와우 경치가 좋은 곳이 보인다.
강을 따라 캠핑을 하는 분들도 많았고,
강 건너편에 폭포도 보였다.
충주에 진입 후 건국대학교 충주캠퍼스를 지나 탄금호를 지날 때쯤 저녁시간이 되었다.
두리번거리면서 가는데 막국수는 추워서 안될 것 같고,
오리집은 혼자 가기엔 그렇고,
동네가 끝날 즈음 석갈비 집이 보인다.
마침 앞에 랜도너 분들이 자전거를 세우고 계셨다.
나이스 초이스, 랜도너 분들이 가는 식당은 대게 맛있는 집이 많다.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니 갈비탕, 육개장 등이 보였다.
육개장을 시키고, 화장실에 가서 선크림을 지우고, 조금 있어 육개장이 나왔다.
오우 칼칼하니 국물이 진하다. 맛있게 게눈 감추듯이 먹었다.
맛있게 먹고, 입구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먹고 있는데,
다른 랜도너 분들도 나오신다.
그분들 중에 이화령에서 보셨던 분이 또 사과를 먹겠냐고 물어보셔서 하나를 건네받았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주머니에 사과를 넣고 출발했다.
얼마 가지 않아 랜도너 분들이 뒤에 오셨다.
밤에 외롭지 않게 다행이다.
선두 분과 거리를 조금 두고 달렸다.
이후 여주 CP에 다시 도착해서 인증을 하고, 꺼진 배를 위해 콜라와 단팥 크림빵을 하나 먹었다.
조금 오래 쉰 탓일까 땀이 식어 쌀쌀해졌다.
업힐이 필요해(?) ㅡㅡ 다행히 조금 달리자 체온이 올랐다.
양평쯤 왔을 때 새벽을 넘어가는 시간이었고, 맞바람에 점점 기온이 내려간다.
가민 온도계를 보니 13도 정도 되어 보였다.
갑자기 한기가 들며 빠르게 달릴 수가 없었다.
역 한군대에 잠깐 자전거를 세우고, 출발 때 나누어 주었던 핫팩을 뜯어 가슴에 붙였다.
더 이상 걸칠 옷이 없었기 때문에 어떨 수 없이 천천히 달렸다.
지나쳐 가는 랜도너 분이 계셨는데 옷을 많이 껴입고 계셨다.
아 레인재킷을 들고 올걸, 후회는 늦었지만, 계속 달릴 수밖에 없었다.
서울을 다와 갈 때쯤 너무 추워 파워젤을 하나 먹었다 ㅡㅡ
다행히 서울에 들어오자 도심 온도 때문에 추위가 그나마 없어졌다.
드디어 노들섬에 도착! 새벽 3시가 넘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너무 추워 자전거를 얼른 세우고, 카페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브레베 카드에 최종 사인을 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카드를 넘겼다.
오면서 세종으로 내려가는 차를 예매를 해두었던 터라 시간이 조금 남았다.
당장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카페 안을 보니 두 분이 구석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나도 알람을 맞추고, 옆에 누워 자려는데, 미미네이터님이 떡볶이, 순대, 튀김을 사 왔다며,
먹고 자야 안 털린다며 부르신다.
쪼르르 달려가서 맛있게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배를 채우고, 도저히 졸려서 구석으로 다시 와서 뻗었다.
5시에 일어나서 터미널로 가려니 너무 추웠다 ㅠㅜ
카페 사장님께 카페라떼와 단팥빵 하나를 주문했다.
커피를 주시려던 사장님이 샌드위치를 따뜻하게 만들었다며, 단팥빵 대신 주셨다.
뜨뜻하게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를 먹었다.
몸이 조금 데워졌다.
터미널까지 6km 정도 되어서 자전거길을 따라 터미널로 갔다.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좌석에 앉자마자 골아떨어졌다.
눈을 뜨니 세종에 다 왔네 ^^
해도 떠서 추위도 없어졌고, 자전거를 내려 차를 세워둔 주차장까지 왔다.
차에 실으려다가 고생한 자전거 사진을 찍어 본다.
집에 와서 자전거를 물세차하고 털어서 거치해두었다.
그리고 충주에서 받은 사과는 집에까지 가져와서 깎아 먹었다.
와우 꿀맛이네, 진작에 먹을걸 ^^